전무의 모친상 부고가 전해지기 무섭게 부장은 우리의 순번을 정해주었다. 일말의 상의 없는 일방적인 지정이었다. 나와 L을 1번 타자에 임명하며 즉각 빈소가 마련된 대전으로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퇴근까지 한참 남은 대낮이었지만 부장은 개의치 않았다. 회사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고 임원진의 초상 뒷수발은 그 최우선에 자리하고 있으니까.